지방은 지금까지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지방이 다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고 있다. 또 지방섭취를 과도하게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체중이 늘어났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70년대부터 많은 미국인들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줄이려고 애쓴 결과 심장질환은 줄어들었으나 평균 체중은 오히려 늘어났으며 당뇨병 발생률도 50%나 증가했다는 것.
이는 식품 회사들이 디저트와 과자류에 포함된 지방을 줄이는 대신 탄수화물의 함량을 늘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터프트대의 영양학 교수인 앨리스 리히텐슈타인 박사는 “사람들은 지방이 없는 음식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지방이 없는 음식과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음식의 칼로리는 똑같다”고 지적했다.
지방섭취를 줄인다고 해서 체중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 리히텐슈타인박사는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심장 연합의 영양위원회 위원장인 로버트 에켈박사는 또 “과일과 야채가 심장뿐만 아니라 암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의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면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1997년에 식품 마케팅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건강을 위해 식단을 바꾼 미국의 소비자중 지방 섭취량을 줄인 사람은 56%나 되었지만 대신 과일과 야채를 더 많이 섭취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한편 워싱턴대의 로버트 노프 박사팀이 남성 4백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방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의 20%로 제한할 경우 심장을 보호해주는 HDL 콜레스테롤의 양이 줄어들고 심장에 해로운 트리글리세라이드의 양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지방의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항상 공복감을 느끼며 따라서 일단 다이어트 결심이 무너지면 쉽게 과식을 하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그 다음 식사를 할 때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이에 따라 일부 영양학자들과 성인병 전문가들은 지방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비만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지방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 중의 하나다. 지방은 지용성인 비타민 A, D, E, K를 우리 몸의 필요한 곳으로 운반해주며 야채와 해산물에 들어있는 불포화 지방은 신경 세포와 호르몬 생산에 필요한 필수지방산을 공급해준다. 또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생선 기름에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심장 질환을 예방해주며 아마씨, 콩기름, 호두, 푸른색 채소 등에 들어있는 알파리놀렌산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예방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프랭크 후 하버드대 교수는 “지방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면서 “무조건 지방 섭취량을 줄이는 것보다 나쁜 지방 대신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