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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학신입생 실력저하「비상」…단과대 33% 보충수업

입력 | 1999-05-28 19:52:00


일본의 대학입시경쟁은 예전부터 극심했다. 입시학원 모의고사 수험잡지 등 입시관련산업은 모두 일본에서 시작됐다. 고교3년때 대학에 진학하는 ‘현역합격’, 재수생을 뜻하는 ‘로닝(浪人)’ 등 대학입시 관련용어는 사회일반에서도 쓰일 정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대학 신입생 학력 저하가 문제시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그 신화가 깨지고 있다. 대학신입생의 학력 저하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이다.

올 1월 스루가다이교육연구소가 종합대학의 단과대 및 전문대 5백3개교 관계자를 상대로 신입생 학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단과대의 69%, 전문대의 71%가 신입생 학력저하로 고민중이었다. 단과대의 33%, 전문대의 20%는 아예 신입생에게 고교과정일부를 포함한 보충수업이나 고교과정을 다시 가르치고 있다.

보충수업을 하는 과목(복수응답)은 단과대의 경우 물리(52%)와 수학(50%), 전문대는 영어(45%)가 가장 많았다.

대학신입생의 학력저하 현상은 일본 국립교육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와 흐름을 같이한다. 공립고교 2년생 7백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5.5%의 학생이 ‘수학이나 과학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과학의 발명이 세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학생도 47.9%나 됐다. 일본사회는 이를 ‘이과(理科) 이탈 현상’으로 부른다. 학력저하는 사립대의 이공계열에서 가장 심하다. ‘물리를 싫어하는 공학도’ ‘생물을 모르는 의과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두가지. 우선 대학진학 인구의 감소로 경쟁률이 낮아졌기 때문. 현역합격(전문대 포함)비율은 92년 64%에서 98년 77%로 높아졌다. 10년 후에는 원하면 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이유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입시문제를 쉽게 출제하고 있기 때문.

문부성은 고교가 ‘대학진학을 위한 정거장’이 아닌 만큼 대학 신입생의 학력저하만을 이유로 고교와 고교생을 닦달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