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급옷 로비說]미묘해진 4여인의 관계

입력 | 1999-05-28 22:41:00


「옷 선물 의혹」사건의 장본인들은 서로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 당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간의 감정 변화는 진실이 베일에 가려진 이번 사건의 성격만큼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다.

▼ 이형자↔배정숙 ▼

이형자씨의 안사돈과 배정숙씨는 20년지기. 따라서 배씨에 대한 이씨의 감정은 대단히 우호적이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이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장관 부인은 좋은 사람이다. 우리쪽을 도와주기 위해 발벗고 나섰을 뿐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동생들도 “강장관 부인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

이씨측은 배씨의 전면부인과 침묵에 대해서도 ‘말못할 사정이나 압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씨측은 배씨를 최회장 구명을 위한 ‘호의적인 전달자’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배씨는 현재 이씨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다. 24일 취재팀과 만난 배씨는 이씨에 대해 “천벌을 받을 여자, 정신 나간 여자”라는 등의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배씨측은 27일 문건을 통해 “이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이씨측이 배씨를 ‘짝사랑’하는 형국.

▼ 배정숙↔연정희 ▼

두 사람은 수요봉사회를 통해 친교를 맺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봉사회의 한 회원은 “두 사람은 각자 어려운 시기에 신앙을 갖게 됐다는 공통점 때문에 금방 친해졌다. 늘 마주앉아 봉사활동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일주일에 한번씩 기도원도 가고 종종 점심식사도 같이 했다는 것.

배씨나 연씨는 공식적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토로한 적은 없다. 그래서 둘 사이의 ‘애정의 부침(浮沈)’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1월 사직동팀의 내사 이후 두 사람의 좋았던 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졌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귀띔이다.

두 사람과 자주 어울린 고위급 인사 부인은 “사직동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연씨가 병실에 누워 있는 배씨를 찾아가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씨는 24일 인터뷰에서 “연씨가 (문제의) 옷을 사지는 않았을 거예요”라며 연씨를 보호하려는 인상을 줬다.

▼ 연정희↔이형자 ▼

이번 사건과 관련, 두 사람 사이에는 직접적인 만남이나 대화가 단 한번도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제삼자를 통해 서로에 대한 얘기를 들을 뿐이다. 그만큼 오해의 여지가 크다는 뜻도 된다.

이씨측의 경우 배정숙씨에게 변함없는 우호감을 보이는 것과 정반대로 연씨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이씨측에 전달된 연씨에 대한 이야기가 예외없이 부정적인 것이었고 결국 남편이 구속됐다는 데서 비롯된다.

결국 이씨측이 제삼자의 말 등을 통해 진실로 믿게 된 내용은 ‘연씨가 배씨와 라스포사 사장을 통해 고가의 옷을 사달라고 요구했고 그것이 뜻대로 안되자 우리 남편이 잘못됐다’는 것.

이씨는 24일 “지난해 추석 때 연씨에게 제주산 전복을 보냈다가 거절당한 뒤 연씨가 ‘전복으로 (로비가) 되느냐’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연씨도 이씨가 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씨는 28일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다만 연씨의 한 친구는 “연씨가 신문에 실린 이씨의 글을 보고 배씨의 행동에 대한 평소 의문점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씨의 남편인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이 27일 공판에서 “피차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 3인↔라스포사 사장 ▼

이형자씨는 라스포사 정리정사장에 대해 “장사하는 사람이 뭘 알겠느냐”며 큰 비중을 안 두는 분위기다. 연씨의 주타깃도 배씨와 이씨다. 배씨의 태도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태.

정사장은 이달 초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취재팀의 요구에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흘리고 다니느냐”며 이씨측을 겨냥한 적이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