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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키드]윤용산씨네/백과사전이 「가정교사」

입력 | 1999-05-31 18:53:00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윤용산교수(51) 이복희씨(44) 부부. 대전 유성구 어은동 한빛아파트에서 아들 나무(어은중 2학년)와 딸 보리(어은초등 6학년)를 키우고 있다. 나무와 보리의 이름은 환경운동에 관심많은 이씨가 몇년 전 ‘한국적인 이름’으로 개명한 것.

▽백과사전이 ‘과외교사’〓나무와 보리는 이제껏 한번도 국영수 과외나 학습지를 해본 적이 없다. 전과나 수련장도 없다. “초중학교 때는 문제집을 푸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부모의 지론. 아이들은 학습대백과사전 과학백과사전(영어) 세계사백과사전(영어) 국어대사전 등을 찾아보며 ‘깊이있는 공부’를 한다.

아이들 책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한달에 한번 온가족이 서울의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한아름 사간다. 가끔은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접속해 아이들더러 책을 맘껏 고르라고 해 주문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우리나라 시사주간지 뉴스플러스를 몇년째 정기구독.

이같은 자녀교육관을 ‘실천’한 국내 가정의 상당수는 아이가 똑똑하고 실제로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자타가 공인’함에도 막상 학교 성적에서는 상위권에 끼지 못하게 되는 경험을 갖고 있다. 윤교수네도 예외가 아닌듯하다. 그래도 아이들의 성적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과외팀’에 속해있지 않아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다는 아쉬움을 느끼는 정도.

▽세계를 무대로〓나무와 보리는 영어를 잘 한다. 아이들은 93년부터 1년반동안 아이오와대 방문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가 살았고 그 뒤에도 꾸준히 영어책을 읽었기 때문.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읽힐 영어책을 야드세일 등에서 싸게 사두었다가 귀국 때 열 박스 분량을 가져왔다. 아이들은 요즘 프랑스어를 배우는 데도 재미를 붙여 EBS TV회화강좌를 녹화해서라도 꼭 시청한다.

“아이들 세대는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해요. 언어가 통하면 전세계를 무대로 일할 수 있죠.” 어렸을 적부터 외국 경험을 많이 시키기 위해 나무를 독일 자전거여행과 미국 YMCA캠프에 보내기도 했다.

▽삶의 여유를 위해〓아이들이 제대로 ‘놀’ 줄 알도록,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 예술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다. 나무는 9년째 피아노를, 보리는 3년째 첼로를 배운다. 테니스는 가족스포츠.

주말에는 근교 휴양림을 찾아 산보를 즐기고 잠시 명상을 하기도 한다. KAIST에서 매주 열리는 문화행사와 서울의 예술의전당 성곡미술관 가나아트홀 등도 자주 찾는다.

▽검소는 미덕?〓윤교수네 차는 12년, TV는 17년 된 것. 아이들에게도 어릴 적부터 인형 장난감 학용품은 딱 하나씩만 갖도록 했다. 아이들은 새옷이 별로 없다. 나무의 교복과 보리의 현악부옷도 물려받은 것.용돈은 집안일을 해야 한달에 5천∼1만원 정도 준다.

암만 떼를 써도 안 사주는 버릇을 들였더니 요즘은 별로 뭘 사달라고 하는 법이 없다. 세뱃돈을 받아도 어머니에게 맡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금욕적’이지 않은지, 돈을 제대로 쓰는 교육을 못 시킨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대전〓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