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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칼럼]송희식/장님 코끼리 만지기式 미래예측

입력 | 1999-05-31 18:53:00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많은 미래 예측이 행해진다. 그러나 그러한 미래예측은 모두 다 부분적이고 일면적인 것들이다. 원래 전문가란 한 분야의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전문가의 예측도 부분적이고 일면적이다.

19세기에 비행선이 발명되었을 때 한 과학자는 도시에 비행선이 가득 떠다니는 20세기를 예측했다. 그는 사람들이 비행선으로 출퇴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1백년 후인 지금은 어떤가.

가령 미래사회에서 감옥은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는 전자감옥 프로그램에 따라 범죄자들의 발목에 전자족쇄(전화기 모뎀에 연결된 송수신 장비)를 채우는 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전자족쇄를 부착한 사람이 모뎀(전화기)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이상 떨어지면 중앙감시소(경찰서)에 자동적으로 체크되는 것이다.

즉 범죄자를 그의 자택에 연금할 수 있으며 감옥이 필요 없게 된다. 얼마 전에 모 텔레비전 시트콤에서 어떤 주인공이 이 전자족쇄를 차고 쩔쩔매는 장면이 방영됐다.

미래사회에서 범죄의 예방은 어떻게 할까. 슈퍼마켓에서는 절도 전과자 탐지기를 설치할 수 있다.

신분증명서에 일정한 정보를 저장하고 그것에 감응하는 센서를 설치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인근에는 어린이 추행 전과자 탐지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폭력 전과자가 폭력적 행동을 할 경우 요란한 경보사이렌이 울리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범자에 대해 그들의 몸에 작은 칩을 주입하여 범죄를 예방할 수도 있다. 그가 어떤 범죄적 행동을 저지르려고 할 때 칩에서 약물이 분비되어 인체에 주입됨으로써 순간적으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이 될 수 있을까. 감옥이 없는 세상, 범죄자는 모두 체크되고 억제되는 세상, 마침내 범죄 없는 사회…. 이러한 사회가 미래사회일까.

만일 정보기술에 의한 범죄예방 조치를 대다수의 범죄자와 우범자에 대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실시한다면, 그것은 바로 사회체제의 문제가 된다. 인권에 관한 이념을 재정립하거나 전혀 다른 이념을 찾아야 한다. 감옥을 없애는 것은 자유형(징역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사회에 새로운 하층계급(범죄자계급)을 만드는 것이 된다. 그들은 전자기술에 의하여 권리와 행동이 제어되는 계급으로 새로운 노예계급이다. 나아가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일은 국가가 아니라 민간의 사업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일은 기술적이고 경영관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교도소를 민영화하는 나라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과 국가의 구별을 어렵게 한다. 감옥 없는 세상은 기업이 지배하는 사회일까.

이처럼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념 가치관 등 모든 영역에 걸치는 종합적인 문제이다. 오늘날 이러한 점은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모든 예측은 부분적이고 일면적인 것들이다. 비행선으로 출퇴근하는 도시에 대한 예측과 본질적으로 다름이 없다.

우리는 새 천년을 눈 앞에 두고 수많은 비행선 예측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는 인터넷이 보편화하는 10년 후의 세계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우리의 생각은 묶여 있다.

송희식 (변호사·새문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