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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로비의혹]연정희씨, 內助서 內患으로 공든탑 위기

입력 | 1999-05-31 19:43:00


「고급 옷 로비의혹사건」에 연루돼 남편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김태정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 그러나 연씨는 오늘의 김장관이 있기까지 온갖 내조를 아끼지 않은 조강지처(糟糠之妻)였다.

검사 초임시절 김장관은 불우했다. 70년대 중반 어느해 명절날 연씨는 특별히 마련한 토종꿀단지를 안고 당시 법무부장관의 집을 찾았다. 장관집은 쟁쟁한 선배들의 부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아, 예. 새로 오신 파출부시구먼요. 이리 오세요.” 촌티나는 행색 때문이었는지 장관 부인은 그녀를 파출부로 오인한 모양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엉겁결에 “네”라고 대답한 그녀는 그순간 이후 ‘완전한 파출부’였다.

저녁이 되자 장관부인은 연씨를 불러세웠다.

“오늘 너무 일을 잘 해줘 고마워요.”

장관부인은 “내일도 꼭 와달라”며 1만5천원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의 ‘파출부 내조’가 효과가 있었을까. 이듬해 인사에서 시골의 김검사는 처음으로 법무부 발령을 받았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 ‘로열코스’만을 달렸다.

부인 연씨가 ‘남편출세’의 기반을 닦은 셈이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경위야 어쨌든 남편의 한평생 공직생활을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할 위기에 처하게 한 연씨. 남편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그 부인의 처신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기도 하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