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최대의 현안으로 대두된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관련,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에 대한 퇴진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1일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원칙론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몽골을 방문 중인 김대통령은 울란바토르 시내 칭기즈칸호텔에서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관련, “사건을 투명하게 조사해 사실을 국민앞에 밝히겠다”며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 문제를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지금 어떤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조사가 끝나 진상이 밝혀지면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조사를 시켰으면 그 결과를 보고 문제를 처리해야지 이곳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특히 김장관임명에 대해 “검찰에 문제가 있었으나 나중에 검찰에서 만장일치로 지지하는 등 별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며 “적절하고 최선이라고 생각해 김장관을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김대통령의 기본적 입장은 투명한 조사, 투명한 발표가 우선해야 하고 그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여론몰이나 야당의 공세 때문에 죄없는 사람을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 열린 국민회의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만섭(李萬燮)상임고문 등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김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말고 여권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김장관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울란바토르〓최영묵기자·양기대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