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터키 마르마라해(海)에 있는 임랄르섬에서 쿠르드족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0)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 첫날 오잘란은 “평화를 위해 터키 정부에 협조하겠다”며 극형을 면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터키 관영 TRT TV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오잘란은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으며 이를 위해 터키정부와 협력하겠다”며 “이것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오잘란은 또 쿠르드족 반군과의 전쟁에서 희생된 5천여명의 터키군인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오잘란은 3개월이 넘는 수감생활 탓인지 초췌한 모습을 보였으나 수감기간중 폭행이나 고문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밖에서는 테러희생자 유족 수백명이 “임랄르섬은 오잘란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외치며 오잘란 사형을 촉구했다.
오잘란은 터키에 대항하는 게릴라전을 이끌면서 15년간 13만7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법정에서 오잘란의 변호인들은 변론준비과정에서 오잘란의 접견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들어 재판을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또 3명의 재판관중 현역 군인 1명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터키정부는 국제적 비난 여론을 의식, 군 재판관을 민간인으로 교체할 것을 검토중이며 이미 새 민간인 재판관 1명이 임랄르섬에 도착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쿠르드족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노동당(PKK) 지도자인 오잘란은 2월1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터키 특공대에 체포돼 임랄르섬 교도소에 수감됐다. 오잘란 체포 이후 쿠르드족은 유럽의 30여개 도시에서 분신자살 방화 시위 대사관 점거농성 등으로 거세게 항의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