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줄기의 첩첩한 산중을 갈 지(之)자로 들고 나기 수 차례. 자동차는 드디어 신기대이선 도로의 막바지인 덕항산(해발 1,070.7m) 아래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의 ‘골말’에서 멈췄다. 높은 산봉우리들 사로에 갇힌 느낌이었다.
천연기념물 178호로 지정된 대이동굴지대. ‘환선굴’(97년10월 개방)과 미공개굴이 5개나 있는 ‘석회동굴의 보고(寶庫)’이며 ‘세계동굴도시 삼척’의 진수다.
대이리에서 보는 하늘은 좁다. 뾰족하게 치솟은 봉우리에 가린 탓이다. 한밤중 달빛 어린 하늘에 검게 드러난 산봉우리를 보노라면 마치 분화구속에 있는 듯 하다.
환선굴을 보려면 등반수준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해발 2백40m의 군립공원 초입에서 해발 5백40m의 굴입구까지 고도차 3백m의 가파른 산길(1.37㎞) 탓이다. 그러나 환선천의 맑은 물, ‘골말’ 이종옥씨(78)의 너와집, 정면의 촛대봉 등을 감상하노라면 30분의 다소 고된 등반도 견딜만 하다.
환선굴 내부는 별세계다. 암흑에 갇혀 보낸 5억4천만년 세월의 흔적들. 굴이 토해내는 영상 12도의 싸늘한 냉기가 등줄기에 맺힌 땀방울을 식히는 찰나에도 동굴안 물과 바위가 억겁의 세월에 빚은 자연은 창조의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그 지하궁전과의 첫 대면. 탄성만으로 감동의 표현은 충분치 않다. 장충체육관만한 거대한 광장, 여섯 폭포에서 줄기차게 쏟아지는 낙수의 소음, 동굴천정의 해식구와 해식공, 융기후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 등 기상천외한 2차생성물이 지천이다. 빨대 굵기의 종유관 하나가 1㎜ 자라는데 2백년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동굴벽에 붙은 먼지처럼 보이는 석회석 부스러기 조차도 소중해진다.
환선굴에서는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 으뜸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돔형 평정석순 ‘옥좌대’다. 30m 높이의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로 형성되는 평평한 모양의 거대한 석순이다. 또 하나는 성모마리아상 모습의 작은 석순. 종유석과 종유관 커튼형종유석등 온갖 2차생성물이 집적된 ‘꿈의 궁전’도 빼놓을 수 없다.
★여행상품
환선굴, 첼리스트 된장마을(정선군)을 둘러 보는 무박2일 버스여행이 5일 밤11시 서울에서 출발한다. 동해시 추암해수욕장의 해돋이, 정선 아우라지도 들른다. 4만9천원. 승우여행사 02―720―8311
〈대이리(삼척)〓조성하기자〉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