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대표적 젊은이 거리 시부야. 이곳 소극장 시네 어뮤즈에서 화제의 한국영화들이 일본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네오 코리아 한국신세대영화제 99’.
‘서편제’ ‘축제’ 등을 수입해 일본에 개봉했던 영화 수입배급업체 ‘시네 콰논’(대표 이봉우)이 기획한 행사다. 지난달 29일부터 ‘조용한 가족’ ‘처녀들의 저녁식사’ ‘여고괴담’ ‘초록 물고기’ ‘퇴마록’ ‘강원도의 힘’ ‘아름다운 시절’ ‘가족 시네마’ ‘꽃잎’ ‘태백산맥’ 등 10편이 매일 5편씩 번갈아 가며 상영되고 있다.
한국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한꺼번에 10편이나 상영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드문 일. 시네 콰논측은 본격적인 한일문화 교류시대를 앞두고 한국영화의 수준과 젊은 영화인들의 열정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29일 행사 첫날에는 매회마다 1백30여석이 모두 찼다. 요금은 1천4백엔(1만4천원)정도로 일본영화보다는 조금 싼 편.
이날 마지막 공연은 ‘조용한 가족’이었다. 영화상영에 앞서 주연 여배우인 고호경과 제작자 김승범씨가 직접 참석해 일본인 관객에게 인사했다. 관객들은 김씨가 “김지운감독도 올 예정이었으나 일본비자가 만료된 것을 모르고 공항에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자 폭소를 떠뜨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1백여편 이상 봤다는 하타에 히데아키(35·회사원)는 “배우들의 감정이 영화를 통해 곧장 전달되어 오는 것이 일본영화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밤 극장 옆 작은 카페에서는 두 나라의 영화인 1백여명이 모여 대화의 꽃을 피웠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출연한 진희경은 일본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이용관교수(중앙대)는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한일간의 작품교류는 물론이고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합작영화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영화제에 대해 “평소 볼 기회가 적은 한국영화의 최근 야심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