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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퍼포먼스「반달곰…」 시민참여 유도

입력 | 1999-06-02 20:07:00


박훈의 퍼포먼스 ‘반달곰 구출작전’은 지난 겨울, 서울시 25개 녹지공간에서 벌인 ‘사슴사냥’ 퍼포먼스의 연장선에 있다. 사슴인형 1천개를 시민공원 등 곳곳에 숨겨놓고 시민들이 보물찾기 하듯 찾도록 한 것이었다. 사냥을 할 정도로 많은 사슴이 뛰어놀도록 자연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의도를 담은 행사였다.

‘반달곰 구출작전’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인간 또한 자연계와의 호혜적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한 스스로 생존할 수 없음을 보여준 생태 미술 행사이다.

‘반달곰 구출작전’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도봉산 북한산 남산 관악산에 번호가 찍힌 반달곰 인형 1천개를 올무에 묶어 두는 것으로 시작한다. 녹색연합과 박훈이 함께 행사를 진행한다.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한 뒤 뉴욕에서 활동해온 박훈은 5, 6일 이틀 동안 서울 인사동 대안공간 ‘풀’에 덫에 걸린 각종 동물과 인형을 늘어놓은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한편 시민들은 이 기간 동안 녹색연합에 행사 참가신청을 한 뒤 인형을 찾으러 나선다.

이 때 곰인형을 올무에서 ‘구출’하고 자신이 구한 곰인형과 올무를 들고 대안공간 ‘풀’을 방문한다. 시민들이 가져온 올무는 한데 모아져 또 다른 설치작품을 만들게 된다. 곰인형은 찾은 시민들에게 주어진다.

시민들의 개별적 참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전시공간으로 종합된 뒤, 다시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환경운동에 대한 참여를 통해 미적(美的) 환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박훈의 작업은 생태 미술의 새로운 영역의 확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를 통해 미술전시로서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아질 지는 궁금하다. 현재로선 작품보다 계몽적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다. 녹색연합(02―747―8500) 대안공간 ‘풀’(02―735―4805).

김경서(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