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부평2동에 있는 ‘즐거운 어린이집’에서 햇수로 7년째 엄마노릇을 하고있는 조우량(曺優良·26)씨는 아직 ‘처녀’다.그는 19세의 나이로 고향 전남 영암을 떠나 36명 아이들의 ‘엄마’가 됐다.
사랑밭선교회가 운영하는 ‘즐거운 어린이집’은 부모가 있지만 따스한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의 보금자리다.
조씨는 23개월된 갓난아기부터 코밑이 거뭇한 고3학생까지 36명이나 되는 아이들로부터 ‘엄마’로 불리고 있다.
조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나주 영산포여상 3학년 때이던 93년 10월. 같은 교회를 다니던 언니의 소개로 인천지역에서 갈곳없는 노인들과 아이들을 함께 돌봐온 ‘사랑터회’가 아이들만 따로 돌볼 보모를 찾고있다는 소식을 듣고였다.
그자신은 재산을 탕진한 뒤 집을 나간 난봉꾼 아버지, 이때문에 자살도 기도했고 정신병까지 앓게된 어머니 사이에서 제대로된 사랑 한번 받지 못하고 자란 조씨였다.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 얘기를 들었을때 마음속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아이들의 눈망울이 별빛처럼 쏟아졌다.
그래서 피자집주인이나 여행사사장이 되겠다던 꿈도 접고 무작정 인천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95년 함께 일하던 언니가 그만두고 밥을 해주던 아주머니도 떠나 달랑 혼자 그 많은 아이들을 떠안게되면서 조씨도 지치기 시작했다.
학교다니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챙기려면 오전 4시반에 일어나야했고 밤 12시까지 쉴틈 없이 일을 해야하는 생활이 2개월이상 계속되자 견디다 못해 1주일간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사표를 써놓았다.
하지만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를 맞은 것은 깨끗이 청소된 집안과 ‘엄마 떠나지 마세요’라는 아이들의 편지와 올망졸망한 선물들이었다.
무너지듯 주저앉은 그녀는 그때부터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홀아비 신세가 된 아버지가 방에 가둬둔 채 나가버려 햇빛조차 제대로 보지 못해 어둠에 대한 공포에 떨던 철호(9), 아버지손에 어머니를 여의고 다시 자신마저 반신불구를 만든 뒤 수감된 아버지를 기다리는 은미(19), IMF경제난에 일자리를 찾아 떠난 아빠가 그리워 밤마다 우두커니 문만 바라보는 윤정(6).
조씨에게는 이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올곧게 자라주는 것만큼 고맙고 기쁜 일은 없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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