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에 일본사람들이 우리 나라 산수의 기를 꺾어 인물배출을 막으려고 산마루 등 요지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역사풍속기행’을 펴낸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일제가 개항이후 우리 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지도나 해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산이나 들에 쇠말뚝을 박아 표지로 삼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것을 풍수하는 사람들이 엉뚱한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같이 풍수설 당산나무 제사 두레 등 역사풍속이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이 책에서 살펴보고 있다. 역사풍속이란 인간 생활의 방식에 따라 형성된 풍속이란 설명. 그래서 이 책은 우리 역사를 생활문화사 차원에서 복원시키려고 하는 작업의 하나다.
“이제 우리 역사도 경제사나 정치사보다는 생활문화사에 입각해서 봐야 합니다. 일반 백성은 무슨 음식을 먹고 무슨 병에 시달렸는가, 양반과 종은 어떻게 티격태격 싸웠는가 등을 밝혀나가야 하지요.”
우리 전통의 정원도 오늘날까지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는 대표적인 생활문화. 옛날 집 뒤뜰에 심은 화초로는 개나리 봉선화 국화 등이었다. 그러나 산에 가득히 자생하는 진달래는 심지 않았다. 또 뒤뜰에 흔히 심은 대나무는 밤 중에 맹수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였다는 것.
이밖에 지금은 낮추는 말로 쓰이는 ‘땡추’란 말이 실제로는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중이었음을 그들의 역사적 활동을 통해 살펴보았고 윷놀이에 담긴 우주사상 등도 밝혔다.
저자는 현재 심혈을 기울여 쓰고 있는 통사 ‘한국사 이야기’(24권)에도 생활문화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담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작에 넣지 못한 이야기와 예전에 써둔 원고를 모아 이번에 책으로 엮어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