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쉐흐터의 「화성에서 온 수학자」★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도 과연 수의 개념을 갖고 있을까? 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를 비롯해 까마귀 앵무새 쥐 등에는 막연하나마 원시적인 수의 개념이 존재한다고 한다.
물론 수를 인지해 나타낸 행동은 아니지만 매미들 중에는 13년 또는 17년마다 세상에 나오는 것들이 있다. 신기하게도 13과 17은 오직 1과 자기자신에 의해서만 나누어질 수 있는 소수(素數)들이다. 그 매미들만 전문적으로 잡아먹는 포식자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수학문제이다.
MIT의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수학은 인간의 타고 난 권리”라고 말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이미 간단한 계산을 할 수 있도록 신경회로망을 타고 난다. 우리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가장 막강한 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언어와 수학능력이라고 답할 것이다. 수학은 여러 자연과학 분야들은 물론 인문사회과학 분야들까지 통털어 모든 학문의 주춧돌이다. 저자 자신의 표현을 빌면 수학은 그야말로 외계인도 알아듣는 우주공용어이다.
근래 몇 년간 세계적인 수학경시대회에서 으레 우승을 도맡아 온 우리 젊은 학도들에게 수학의 방랑시인 폴 에르디시를 소개한다.
‘화성에서 온 수학자’(지호)는 일정한 집도 직장도 없이 평생을 오로지 수만을 사랑하며 살았던 한 천재 수학자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수학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집어먹을 이들도 있겠지만 중학교 수학 지식 정도만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다른 책들처럼 제1장에서 시작하지 않고 제0장으로 시작하는 수학적 재치도 싱그럽다.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수학이 홀대를 받는 꽉 막힌 우리 현실에 “내 머리는 열려 있다”고 외친 에르디시가 그립다.
최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