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 낭만주의 실내악의 정취가 아늑하게 표현됐다. 반면 테크닉에서는 문제점이 일부 노출됐다. 5일 저녁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실내악의 밤’.이날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사 리 콜조넨. 피아니스트 이경숙(연세대 교수)의 딸이다. 두사람은 공개 콘서트로서는 처음으로 이날 호흡을 맞췄다.
모녀는 프랑크의 바이올린소나타 A장조를 협연했다. 시종 미소띤 가운데서 연주가 진행됐고, 이심전심의 호흡이 느껴졌다. 환상곡풍의 3악장에서 늦추고 당기는 자유로운 악상이 물흐르듯 유연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된 콜조넨의 활긋기(보윙)는 자유로움이 모자라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빠른 악구(樂句)는 충분한 강인함을 안고 화려하게 달려나갔지만 음색이 단조로왔다. 4악장에서는 피아노의 페달에 문제가 있었는지 반주부의 무거운 화음이 일부 앞뒤로 겹쳐져 불협화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이경숙이 빠진 포레의 피아노 4중주곡 1번은 의문을 나타낼 수 없는 깔끔한 호연이었다. 콜조넨의 바이올린도 가닥이 분명하게 리드역할을 해냈고, 강충모의 피아노 역시 흔들리지 않는 배경그림을 잡아주었다.
콜조넨의 남편 디아즈가 비올라로 연주한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은 디아즈의 라틴계통 혈통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거나 찰지게 배어나오는 음색을 찾기는 힘들었다.
9백여 객석중 절반정도 찼고 음악 전공자인 젊은층이 대부분이었다. 갈채도 미지근했다. 프랑크 소나타의 가장 사색적인 3악장에서는 핸드폰 신호음이 거듭 울려 객석의 ‘분노’를 샀다. 호암아트홀 측은 사전 안내방송을 하지않았다.
콜조넨과 디아즈는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등을 협연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