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하락하면 주가가 오른다. 그러나 그 이유를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금리를 알면 주가가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금리가 어떤 방식으로 주가를 움직이는지를 아는 것은 주식투자의 기본이다.
기업은 은행빚을 얻거나 일종의 차용증서라 할 수 있는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 및 투자자금으로 쓴다. 많건 적건간에 기업은 빚을 지게 마련.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이 갚아야 할 이자가 줄어든다. 특히 부채가 많은 회사는 빚이 적은 회사보다 실적 개선효과가 더 크다. 장사를 해서 버는 돈이 같다면 이자가 줄어들 경우 기업이익이 늘어나고 주가는 오르게 된다.
작년 10월 시중금리가 10% 밑으로 떨어지자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들이 이른바 ‘저금리 수혜주’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낮은 금리수준에서 은행상품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것도 금리하락→주가상승의 공식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 잘만 하면 은행에 1년간 맡겨뒀을 때의 수익을 주식시장에서는 단 하루에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공급(매도+기업공개+유상증자)물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번달 7조원 이상의 유상증자 물량이 대기하고 있지만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증시로 몰려드는 시중자금이 더 많으면 거뜬히 소화해낼 수 있다.
금리는 환율을 움직여 간접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에 똑같이 1백만달러씩 투자하는 기관이 있다고 하자. 만약 미국의 금리가 지금보다 높아진다면 이 기관은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일본시장에서 돈을 빼 미국쪽에 더 투자하려 할 것이다.
일본 엔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엔화는 공급초과, 달러화는 수요초과 현상이 일어난다. 자연히 엔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1달러당 1백10엔에서 1백20엔이 됐다고 가정하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1백10엔을 벌기 위해 수출단가를 1달러로 정했던 일본기업들은 이제 1달러 아래로 수출해도 같은 엔화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고 해당기업의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
얼마 전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 때 국내 주식시장이 들먹였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도움말〓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과장)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