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한국정보공학에는 ‘사장같은’ 팀장들이 있다.
4월부터 시범 운영해오다 이달들어 본격 도입한 사내벤처제에 따라 직원 70여명을 7개 팀으로 나누어 일하기 때문에 7명의 팀장이 탄생한 것.
팀장은 팀원이 모자라면 사장 결재 없이도 채용할 수 있으며 팀원의 승진과 해고 등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업과 기획도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 직함은 팀장이지만 권한으로는 사장과 다를 바 없다.
사내벤처제는 보통 대기업이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 직원수가 7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벤처기업이 사내벤처제를 도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그러나‘효율적인 조직관리’라는 목적은 동일하다.
한국정보공학은 △정보검색엔진 △문서 결재시스템 △보안기술 솔루션 △인트라넷 솔루션 △정보통합 프로젝트 등 다양한 영역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으나 따로따로 떨어진 기술들이어서 애프터서비스 등에 적지않은 애로를 겪어왔다.
이 때문에 보안기술 솔루션을 ‘인터가드’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등 분산된 기술을 통합해 완성된 제품으로 판매하자는 것이 사내벤처제를 도입한 취지. 이제까지의 영업 방식이 맞춤전문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성복 방식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사내벤처제로 탄생한 각 팀장은 1년간 막강한 권한을 누린다.
이익 발생시 팀원들에게 나눠줄 인센티브의 배분 기준도 이들이 마련한다. 그러나 팀운영을 잘못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어 권한에 비례해 책임도 큰 것이 특징. 1년간의 영업 손실은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그 이후는 각 팀장들의 몫이다.
사장은 팀장들과 회의를 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고 팀별 평가점수를 매기는 임무를 맡는다.
한 팀장은 “사내벤처제가 시행된 이후 긴장감이 예전보다 더해졌다”면서 “마치 각개전투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범운영이 시작된 4월 이후 현재까지 나타난 변화는 일단 긍정적. 팀단위로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일에 매달리고 있다.
연구개발에만 ‘안주’하던 개발관련 직원들이 소비자의 생생한 요구사항을 듣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아예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거래선 업체들을 방문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특수 요원’도 생겨났다. 직접 대학을 찾아가 제품을 소개하는 로드쇼도 사내벤처제 도입이후 새롭게 생겨난 마케팅방식.
이에 따라 올해 매출목표도 지난해 5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2백억원으로 올려잡았다.
유용석(劉勇碩·41)사장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회사의 성공이 곧 개인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갇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2188―8674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