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몸짓, 탱고. 뮤지컬 ‘포에버 탱고’가 초연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반응도 말 아닌 몸짓으로 나타났다.
서로의 허리를 감싸쥔 연인들, 다리를 꼬며 스텝을 흉내내는 중년부부들, 가상의 이성(異性)을 연상하며 허공에 손동작을 취해보는 ‘외기러기’들….
‘포에버 탱고’는 이렇듯 원색적인 ‘몸의 이미지’를 2시간내내 객석에 작렬시켰다. 7쌍의 남녀커플은 11명의 오케스트라(가수 1명)를 배경으로 중후 코믹 원숙 질투 정염 등 각각의 ‘부제’를 붙인 20여개의 장면을 펼쳐보였다.
무대는 탱고의 관능적 율동과 현란한 볼거리로 가득했으나 한국관객에 대한 배려는 충분치 않았다.
스페인어로 부르는 노래는 자막을 통해서도, 팜플렛 속에서도 한국어로 번역 설명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팀의 내한을 앞두고 주최측인 예술의전당은 “저질춤이었던 탱고가 유럽으로 건너가 귀족 춤으로 변하는 과정을 사랑이야기와 섞어 표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의도는 춤의 황홀경에 묻힌 듯했다.
피날레에서 무희가 대형 ‘반도네온’(탱고용 아코디온)을 부채살처럼 펼쳐놓은 무대장치에 던져지는 장면으로 ‘탱고의 세계로 들어왔음’을 의미했을 뿐.
오케스트라는 끈적거리면서 때로는 냉소적인, 무지개빛 음색으로 공연내내 춤을 뒷받침했다. 화려하고도 정교한 무대의상은 관객들을 환상의 무도회로 초대하는 듯 했다.
그러나 무대를 빛내고 달구어야할 조명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수차례 엉뚱한 곳을 비춘 조명은 관객의 빈축을 샀다.
13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주말 오후3시 7시반. 02―2237―9565.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