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20대 후반의 가정주부 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내게 기대를 많이 합니다. 어머니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간섭이 심합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해 내 일과를 다 알아야 마음을 놓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그런 어머니가 안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목소리를 들으면 짜증부터 납니다. 결국 화를 내고 나서는 후회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한 주부가)
◆답◆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상처도 많은 법입니다. 사랑이 크므로 기대치도 크고 또 자기 마음도 가장 많이 열어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모 자식 사이가 더욱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자기를 전적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라고 자녀는 부모가 완벽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서로가 조그만 일에도 상처받고 분노하기 쉽습니다.
질문하신 분의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불안과 의존 욕구를 딸을 통해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딸로서는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부모에 대해 그런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을 불러오므로 이중으로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어머니가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머니와 타협하십시오.
예를 들어 전화는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한다는 식으로요. 서로 방문하는 것도 아예 타협점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그런 다음에는 어머니가 자기 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가족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 더 어려워지는 것은 원초적인 감정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감정을 표현할 때는 한번쯤 여과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