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장관감으로 촉망받던 청와대 1급 경제비서관이 “직업관료와는 전혀 다른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며 명예퇴직을 신청, 화제가 되고 있다.
이윤재(李允宰·49)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은 최근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이 부임하면서 퇴직을 신청했다.
이비서관은 10일 “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장이었다는 데 책임을 지고 그때 사표를 낼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하고 국민에게 속죄하는 기분으로 1년반을 더 일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직업관료로서 하고 싶은 일은 다해봤다고 생각한다”며 “직위와 직급에 집착하지 않고 때가 왔다고 생각할 때 제 발로 걸어나가는 것도 공직사회에 필요한 풍토”라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이비서관은 약 3개월전 당시 강봉균(康奉均·현 재경부장관)경제수석에게도 사의를 표명했으나 강수석이 ‘나 있을 동안만이라도 남아 일해달라’고 만류해 사표제출을 미뤄왔다.
행시 11회출신인 이비서관은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관료생활을 시작한 이후 승진에서 늘 선두를 달려왔으며 업무능력이 뛰어나 한승수(韓昇洙) 강경식(姜慶植) 진념(陳稔)장관 등으로부터 총애를 받아왔다.
그는 최근 정부 인사에서 경제부처 차관자리와 최고 요직 1급인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자리를 제의받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경기 과천시의 22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 부인 딸과 함께 15년째 살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그의 사촌형.
한편 이비서관 후임에는 조학국(趙學國)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이 내정됐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