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0일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및 신임 검사장 등 검찰 간부들에게 전례없이 매서운 ‘채찍’을 들었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어렵게 추진해온 경제회생과 개혁 노력이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발언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듯했다. 김대통령은 “참으로 기막힌 일”이라는 깊은 탄식을 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의 질책이 이어지는 15분 동안 접견장은 시종 납덩이처럼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한편으로 검찰을 달랬다. 김대통령은 “대통령도, 여러분의 자리도 잠시다. 그러나 검찰은 영원하다. 한 두명의 실수로 검찰이 욕을 먹으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면서 “‘옷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결과 혐의가 없어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을 유임시켰던 것”이라고 설명한 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민심에 반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정길장관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과 사죄한 뒤 “몸과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