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다운 세상 정다운 사람]의정부 애헌교회 백충일목사

입력 | 1999-06-11 19:37:00


우렁이. 수렁이나 논에 사는 고둥. 우렁이는 알을 부화시킨후 자신의 모든 것을 새끼에게 내어준 뒤 결국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에 있는 ‘애헌교회’ 백충일(白忠一·65)목사는 ‘우렁이 목사’로 불린다. 이 교회에서 생활하는 24명의 무의탁노인들과 장애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3년전 사재를 털어 지은 교회건물을 오갈 곳 없이 모여든 이들에게 내주고 자신은 교회 옆의 월세 18만원짜리 허름한 단칸방에 살고 있다. 가진 것을 모두 내놓고 헌신하는 백목사 부부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우렁이같아 보인다.

백목사의 마음은 그래도 행복하기만 하다. 오랜 신앙생활에서 가슴에 남았던 ‘한(恨)’을 풀었기 때문이다.

젊어서 인쇄업 등의 사업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함께 해오던 그는 정작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교회의 모습에 답답함과 아쉬움을 많이 느껴왔다. 뒤늦게 나이 50에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자 수업을 받은 백목사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밑바닥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80년대부터 동두천과 의정부 등지에서 지하실을 세내 교회를 열었지만 장애인과 노인들을 교회로 데려다 놓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항의로 한 곳에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결국 가진 것을 모두 털고 공사장 막노동에까지 나서 번 돈 6000만원으로 96년 의정부시 변두리에 60여평의 교회를 마련했다.

비록 소를 키우던 축사를 개조해 만든 교회이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방에는 보일러와 수세식화장실까지 설치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백목사 자신은 천장에서 비가 새고 냄새나는 교회옆 단칸방에서 살고있다.

백목사부부는 현재 3년째 오갈 데 없는 치매노인들과 장애청소년 등의 부모와 자식노릇을 하며 수발을 들고 있다.

2년전 부모들로부터 버림받고 이곳에 들어온 유인모군(22)은 중증뇌성마비로 사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있어야 한다. 유군같은 중증 장애인들과 치매에 걸린 노인들 중에는 기동조차 힘든 이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하루에도 몇차례씩 대소변을 치워주는 것은 부인 이은자(李恩子·55)씨의 몫.

그러나 장애인들을 꺼려해 일반신도들조차 거의 찾지 않는 교회를 노목사부부가 꾸려나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예전의 인쇄소일을 부업으로 하면서 근근이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그냥 돌려보내야만 할 때면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가슴 아파한다.

“예수님이 누구를 찾아 이 땅에 오셨습니까. 병들고 헐벗은 이웃들을 위해 오시지 않았습니까.”

예수님을 본받고자 하는 목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이라는게 그의 말이다. 연락처 0351―847―0421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