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사범 관계기관의 작년 12월1일 대책회의 관련 문건이 공개됨으로써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진형구(秦炯九) 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이후 작년 9월18일 열렸던 ‘1차 공안대책회의’의 내용은 어느 정도 알려졌으나 정부가 직접 개입해 초강경대처방침이 결정된 12월1일의 ‘2차 대책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특히 이같은 사실이 문건을 통해 밝혀짐으로써 ‘파업유도 발언’이 사실이었을 개연성이 한층 높아져 향후 정국향배와 관련해 주목된다.
‘2차 대책회의’의 내용을 담은 기획예산위(현 기획예산처) 문건의 핵심내용은 당시 조폐공사의 파업사태가 이미 해결 단계에 들어섰는데도 정부가 초(超)강경 대처방침을 결정했다는 것. 특히 정부측은 조폐공사 노조가 파업유보 결정을 내린 당일 대책회의를 소집해 조폐공사 사태가 노사 차원에서 매듭지어지는 것을 사실상 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측 논리는 조폐공사 사태가 자민련이 제시한 중재안대로 ‘선(先) 경영진단, 후(後) 조폐창 통폐합 결정’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경우 공기업 구조조정의 왜곡 선례가 된다는 것.
그러나 자민련 중재안은 조폐공사 사태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인적 구조조정문제 시기를 늦추면서도 노사 양측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내용이어서 이를 뒤엎은 정부측 결정이 무리였다는 것이 자민련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2차 대책회의’ 문건은 특히 각 기관의 향후 대책을 상세히 적시해 정부가 조폐공사 사태에 조직적으로 대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획예산위는 조폐창 통폐합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재정경제부는 자민련측을 설득하며, 검찰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경찰은 영장을 신속히 집행한다는 내용 등이다.
실제 정부의 후속 조치도 이와 거의 일치해 △12월2일 사전영장 청구 △12월3일 옥천조폐창 기계철거 △12월15일 옥천조폐창 직장폐쇄 △12월19일 경산조폐창 직장폐쇄 등이 이어졌다.
따라서 정부가 당시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 조폐공사 사태를 의도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노조측 주장이 이 문서를 통해 한층 설득력을 얻게 됐다. 특히 이 같은 정부측의 ‘강경 드라이브’를 검찰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진형구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이 단순한 ‘취중 실언’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