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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北영화「꽃파는처녀」이적성 없다』판결

입력 | 1999-06-14 16:22:00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시수·金時秀 부장판사)는 14일 독일유학중 북한 간첩에게서 넘겨받은 북한영화를 보고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이모피고인(33·여)에 대해 징역 2년6월,자격정지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이피고인이 들여온 북한영화 테이프 20가지 중 ‘꽃파는 처녀’를 비롯한 ‘춘향전’‘내 고향의 처녀들’‘설한령의 세 처녀’‘소금’‘돌아오지 않는 밀사’‘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등 7가지는 “이적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꽃파는 처녀’는 일제 치하에서 어렵게 살던 한 가족의 슬픈 역사와 가족애를 다룬 영화이고 ‘춘향전’도 봉건신분제도를 뛰어넘은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원작소설과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 표현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일성의 항일활동을 찬양한 ‘조선의 별’을 비롯해 ‘탈출기’‘민족과 운명’‘이름없는 영웅들’ 등 13편에 대해서는 이적 표현물로 판단했다.

이피고인은 90년 독일 쾰른대학에서 유학하면서 90년 10월부터 2년간 북한 간첩과 대남 공작원들과 수시로 만나 북한의 주체사상을 학습하고 북한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건네 받은 혐의 등으로 96년 구속기소됐다.

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