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특징은 ‘여성작가 대두’와 ‘소외된 지역 미술의 에너지 분출’. 한국 여성 설치작가 이불이 특별상을 수상함으로써 이는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세계 미술계원로작가들에게 주는 황금사자상에 미국의 여류 조각가 루이스 브즈와가 선정된 것을 비롯해 특별상 수상자 4명 중 이불과 카타리나 코지아(폴란드)등 3명이 여성이다.
또 올해 본전시 참가작가 102명 중 3분의1 가량이 여성작가로 나타났는데 이는 예전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 뿐만 아니라 5명의 심사위원 중 4명이 여성인 점도 여성파워의 급증현상을 보여준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측 커미셔너도 국내 최초로 여성인 송미숙교수가 맡았다. 그는 “여성작가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기 시작함에 따라 세계미술계에서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늘어나는 큰 흐름이 형성됐다”라고 말했다.또 미술계의 ‘변방’이라고 여겨졌던 국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9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커미셔너를 지냈고 2000년 광주비엔날레커미셔너를 맡고 있는 오광수씨는 “예년에 비해 유럽국가들의 전시는 비교적 차분했는데 비해 중국 등 아시아권과 기타 지역들의 전시가 더 생기넘치고 에너지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불의 수상으로 한국은 95년 전수천, 97년 강익중에 이어 세계최고의 미술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3회 연속 특별상을 받았다. 한국 미술이 세계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미술계 전반이 활성화된 결과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성취의 측면이 강하다. 대표작가를 선발한 송미숙교수는 “작품제작지원비도 충분히 나오지 않아 이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했다”면서 “정부의 미미한 미술진흥책과 무관심에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