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센강보다 훨씬 크고 멋있었습니다. 그러나 왠지 사람과 강은 연결되지 않고 막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52)가 20년 만에 돌아온 고국의 느낌을 한강 이야기로 시작했다. 14일 고국을 찾은 그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한강을 맘껏 봤다고 했다.
홍씨는 이날 서울 대학로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국에 돌아와 너무나 기쁘지만 마음 한편에는 뭔가 모를 두려움도 없지 않습니다. 긴 시간의 공백과 그 변화를 내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홍씨의 이번 귀국은 새 저서 ‘세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국은 남북을 가른다’(한겨레신문사)의 출판을 계기로 이뤄졌다. 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간첩사건에 연루돼 프랑스에 망명한 홍씨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87년 이미 만료되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고 이번에 귀국을 결심하게 된 것.
부인 박일선씨(51)와 함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홍씨는 유홍준영남대교수 등 지인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망명기간 많이 원망했지만 다 잊었습니다. 대신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산과 들은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홍씨는 3주동안 머무르며 모교인 서울대에서 젊은이의 자아실현과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강연(22일)을 하고, 광주 망월동 묘지도 참배(25일)할 예정.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