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
내 몸에 들어와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
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
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
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오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
소주 한잔 마시러 가네
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도 모르고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뜨겁게 껴안을 때가 있네
―시집‘바닷가 우체국’(문학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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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이가 누굴까? 고물고물한 손가락을 지니고 있을 그 아이는 시인의 아직 덜 큰 아들일까? 시를 읽고 이런 가욋생각을 하네, 하찮은 생각을. 내 생각은 하찮지만 민석이의 손가락은 하찮지 않다네. 겨드랑이에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왠만한 일에는 단련된 아비를 울고 싶게 하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네.
신경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