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한 ‘여자의 일생’이라 할만한 영화. 영국의 소설가 다니엘 데포우의 ‘몰 플랜더스’가 원작이다.
이 소설에는 ‘12년은 매춘부, 12년은 도둑, 8년은 추방자로 육십 평생 격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몰 플랜더스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긴 부제가 달려 있다. 부제가 말해주듯 영화는 감옥에서 태어난 몰의 불행했던 출생부터 말그대로 고해(苦海)인 삶의 격랑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18세기 영국.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다 여자로 태어난 몰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펜 덴샴 감독은 봉건적 신분제 사회가 몰에게 남긴 상처보다 수동적인 삶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강인한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관객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영상의 시각적인 매력은 다소 약한 편.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의 연인으로 출연한 로빈 라이트 펜이 험난한 인생살이에도 올곧은 면모를 잃지 않는 몰을 연기했다. 19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