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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 플라자]스웨덴 볼보그룹 한국진출 1년

입력 | 1999-06-17 19:24:00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서울 한남동 사옥에는 아침이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인 직원들과 스웨덴 본사에서 온 직원들이 강사를 초빙해 각각 영어공부와 한국어공부에 몰두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부문을 인수한 이 회사가 토종기업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변화에 비해선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말이다. 사장이 직접 복사를 하는 모습도, 상사와 부하가 격론을 벌이는 모습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지게 됐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다음달 1일 한국 진출 첫돌을 맞는다. 한국 진출 이후 투자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단연 두각을 보였기에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러시를 이뤘던 외국기업들의 한국 진출 1년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을만 하다.

▽글로벌 기업 문화 정착〓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우선 임직원간 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뀌었다는 점. 한 임원은 “토론을 거치지 않고 상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해서 결정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구매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15개국에 나가있는 볼보건설기계 지사들과 업무를 연계하는 것도 큰 변화. 이 때문에 직원들은 국제적인 감각을 늘 유지해야 한다고. 이태열 기획홍보팀장은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경영 원칙과 투명한 회계 시스템 등은 한국 기업들이 배울만한 점”이라고 말했다.

▽선진 시장질서 정착 선도〓1년에 불과하지만 국내 중장비 시장에 미친 영향도 만만치 않다. 볼보 관계자는 “지나친 가격 경쟁, 부품 끼워팔기 등 기존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이 뿌리깊게 내려있었다”고 지적했다.

볼보측은 이같은 관행에서 탈피, 정상 가격을 받는 대신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고. 볼보 관계자는 “기존 경쟁업체들도 볼보의 이같은 합리적 영업방식을 따라오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업계 최초 할부금융 서비스 실시 △우수 납품업체 발굴 및 지원 등을 통해 선진 시장질서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고 볼보측은 설명.

▽한국을 글로벌 생산기지로〓한국의 입장에서는 외국기업들의 투자 러시가 ‘단발성’에 그칠지 아니면 중장기적인 투자의 ‘단초’가 될지가 관심사. 이 점에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년간 두번 방한한 레이프 요한슨 회장은 방한 때마다 “한국을 중장비 부문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실제 볼보는 다음달 중 스웨덴에 있는 굴삭기 공장을 완전 폐쇄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안에 한국에 9천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

볼보그룹 관계자는 “볼보는 올해초 승용차 부문을 포드에 매각한 뒤 건설기계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그룹내 위상도 그만큼 중요하게 됐다”며 “그룹 본사에서는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노동력에 만족하고 있으며 지난 1년을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