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악재들 때문에 힘이 빠질대로 빠진 검찰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특별검사제 도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을 맞아 검찰 관계자들은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참담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 검사들은 “특검제라도 도입해서 빨리 사태를 매듭지어야 할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검제의 ‘특’자만 나와도 “이미 ‘실패한 제도’로 검증됐다”며 위에서 아래까지 한 목소리로 반대하던 종전 태도를 생각하면 검찰이 어지간히 급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형구(秦炯九) 전대검공안부장이 관련된 ‘파업유도’의혹사건을 검찰이 조사해 봐야 신뢰받기 어렵다는 점을 검찰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으니 특검제에 대한 입장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순용(朴舜用)총장 등 검찰 수뇌부는 “후배검사들을 볼 낯이 없다”면서 동요하는 검찰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법무부가 25일 전국검사장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내부의 동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한 검찰 간부는 여권에서 한시적 특검제를 제안한 최근의 상황을 “아군이 전혀 없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태”라며 한숨을 지었다.
이 간부는 “국정조사부터 해본 뒤 이 문제를 거론해야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여야의 정치적 공방으로 끝나기 십상인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검찰은 “피해의식을 버리고 특검제라는 ‘쓴 약’이 몸에 해롭다고 말하기에 앞서 열린 마음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재야 법조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최영훈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