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우리의 게임 업계는 스타크래프트의 한 해였다.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라는 차원을 넘어 ‘게임방’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까지 만들어냈다. IMF사태 이후 빈사 상태에 빠졌던 우리의 PC 시장을 구해낸 것도 스타크래프트 열풍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스타크래프트는 우리가 개발한 게임이 아니다. 원산지는 미국. 전세계적으로 200만 카피가 팔렸다.
또 하나의 외국산 열풍이 우리 나라에 상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산 ‘포켓몬스터’.흔히 ‘포케몽’이란 애칭으로 불린다.‘포케몽’은 올해 7월부터 국내만화잡지인 ‘팡팡’에 만화로 연재될 예정이고 SBS를 통해 애니메이션 방영이 검토되고 있다.
‘포케몽’은 원래 닌텐도가 개발한 휴대용 게임에서 출발했다. 판타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108마리의 몬스터(괴물)를 수집하는 내용의 게임인데, 1997년 등장해 일본 내에서만 1500만개가 팔렸다. 대히트작 게임이라는 후광에 힘입어 출판만화, TV용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의 진출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포켓 몬스터’가 벌어들인 돈은 미화로 약 50억 달러. 소니에 밀려 게임업계의 왕자자리에서 밀려난 닌텐도의 자존심을 지켜준 셈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나 포켓몬스터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기술력이나 산업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있다. 어떤 게임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를 분석하는 게임디자인론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성공을 거둔 스타크래프트와 포켓몬스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경쟁’과 ‘협력’이라는 두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인터넷을 통해 팀을 구성하고(협력), 다른 팀과 대결(경쟁)한다. 포켓몬스터는 다른 게임기와 연결, 자신이 수집한 괴물을 친구들이 수집한 괴물과 싸움시킬 수 있고(경쟁),교환할 수도 있다(협력).
사람들은 왜 경쟁과 협력이란 요소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 두 요소가 바로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지룡〈신세대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