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15구의 종킹유치원은 현대식 2층 건물. 2∼4세의 ‘어린’반, 4∼5세의 ‘중간’반, 5∼6세의 ‘큰’반 각 1개반과 연령층이 뒤섞인 혼합반 2개반이 운영되고 있다.
혼합반의 ‘이름알기’ 시간. ‘어린’ 아이들의 성명이 적힌 흰 카드들이 바닥에 널려있고 한쪽에는 이름과 성의 첫글자만 쓴 카드들이 있다.
★함께 생각하라, 정확히 표현하라★
아이들이 자신의 성명 카드를 찾은 뒤 이름과 성에 상응하는 첫글자카드 옆에 놓는다.
담임교사 프랑스와즈 샤브롱마클레는 틀린 아이에게 “왜 잘못 찾았지?”하고 물었다.
“C와 D를 혼동했어요.”(아이)“이 활동의 ‘지문’을 말해봐요.”(교사) “예를 들면 안 마리를 찾는데….”(멜로디·4) “아닙니다. 지문이란 문제를 풀기 위해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에요.”(교사) “‘성과 이름카드를 보고 이에 맞는 첫글자카드를 찾아보시오’입니다.”(알리스·6)
이어 교실바닥에 ‘중간’ 아이들의 성과 이름을 음절단위로 써놓은 카드를 늘어놓는다. “7명이니까 성과 이름 카드로 나누면 14개가 되겠지. 세어보자.”(교사)“하나 둘….”(아이들) “왜 14개가 훨씬 넘을까.”(교사) “음절단위로 쪼개놓았기 때문입니다.”(토마·5) “지문은?”(교사) “‘음절로 나뉘어진 성과 이름 카드를 찾아 첫글자카드와 맞춰보라’입니다.”(빅토리아·5)
이어 ‘큰’애들은 성명에 맞는 철자카드를 찾아냈다.
샤브롱마클레 교사는 “방금 수행한 활동을 설명하게 함으로써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는 훈련을 시킨다”며 “다양한 연령층의 ‘상호작용’속에서 ‘어린’쪽이 이득을 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큰’애가 훨씬 똑똑해 진다”고 말했다.
★창의력 기르기★
센강을 사이에 두고 15구와 마주하고 있는 16구의 페레르유치원은 옛 수도원 건물. ‘중간’반의 미술시간.‘달팽이의 초상’이란 시를 듣고 ‘내가 생각하는 멋진 달팽이’를 그리고 있었다. 교실벽 여기저기에 달팽이 그림과 동화책을 요약한 글이 붙어있었다. “아이들이 글을 읽을 수 없지만 그림과 연결해 ‘달팽이’라는 단어를 친숙하게 느끼고 자신만의 달팽이를 간직하면 된다”고 안마리 뒤푸르망텔원장은 설명.
‘큰’반의 공작시간. ‘우리의 박물관’이란 주제로 졸업작품전(6월 졸업)준비 중이었다. 재료는 꽃 달걀껍데기 포장지 모나리자그림 구슬 등. 뒤푸르망텔원장은 “재활용품이 ‘꼬마예술가’의 작품재료”라며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꼭 설명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종킹유치원은 5월말 ‘스펙터클’ 축제를 열었다. 마티스의 그림 ‘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무용공연을 펼친 ‘마티스팀’이 인기였다. 아이들은 그림에 나온 옷을 만들어 입고 그림에 나온 동작을 율동으로 만들었던 것.
★현장학습★
프랑스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음악회에는 교사의 인솔로 ‘현장학습’하는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종킹유치원 ‘큰’반은 이달초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파리 북쪽의 시골마을 오베르로 피크닉을 다녀왔다. 담임 조제트 스피츠는 피크닉 3주전부터 칠판에 이 지역의 지도와 신문기사, 고흐의 그림을 붙여놓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돋웠다. 오전에는 숲속을 산책하고 오후에는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렸다.
중부 파시프 송트랄에 일주일간 다녀온 페레르유치원 ‘큰’반의 보고서 작성 시간. 아담(5)은 펜으로 피크닉에서 ‘풍뎅이’를 써 보이면서 잡아온 풍뎅이를 보여줬다. ‘중간’반에서는 전날 견학한 종이재생공장에서처럼 신문지를 찢어 물로 적신 뒤 벽지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했다.
프랑스의유치원은대부분정부가 운영하며 무료다. 전국 유치원을 총괄하는 쟝 에브리르 교육부 총장학관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뛰고(동적) 즐기고(심리적) 생각하는(지적) 능력을 함께 개발하도록 돼 있다”며 “유치원 교육은 초중고교에서의 학업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에 이근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이 동행,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파리〓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