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李文揆) 삼성전기이사는 회사에서 ‘살아 있는 사사(社史)’로 통한다. 그는 수원에 공장이 들어서던 73년 공채로 입사해 26년간 한번도 회사를 떠난 일이 없다. 흔하다는 그룹 내 계열사 전배도 없었다.
그러나 그를 ‘살아 있는 사사’로 부르는 진짜 이유는 그가 개인적으로 기록해온 업무일지 때문. 입사 후 지금까지 26년간 매일 작성한 업무일지가 40여권에 달한다. 30년 가까운 자신의 직장생활과 회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기록한 사사는 회사가 지난해 발간한 ‘삼성전기 25년사’(360쪽)와 분량면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방대하다.
하루 단위로 보고사항과 회의내용, 회의시간, 참석자 등 세세한 내용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회사 경영 전반에 걸친 중요한 사항도 기록했다. 날짜와 연도별로 정리돼 있어 20년 전 데이터도 몇 분이면 찾는다고.
초년병 시절 영업파트에서 근무했던 이이사는 “회사 설립 후 처음 받은 주문서의 번호와 수량 등을 몇년 세월이 지난 뒤 물어온 바이어에게 정확하게 대답해줬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
그가 소속된 자동화기획 파트에서 사용중인 ‘매직’프로그램은 자신의 기록 습관을 전산시스템으로 발전시킨 예. 286컴퓨터조차 없던 80년대 중반 그는 자신의 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개발한 ‘매직’ 덕분에 그의 부서는 종이와 펜 대신 컴퓨터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담당자와 개발비용 등 전반적인 개발 상황은 물론 팀별 평가나 개인별 실적 등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첨단 기록방식인 셈.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