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을 빌려 계좌를 만든 뒤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거나 ‘작전’에 가담해 재산을 불리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상장회사 및 코스닥등록법인 대주주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주식 불공정거래와 관련, 박유재(朴有載)㈜에넥스회장 신명수(申明秀)㈜신동방대표이사 등 1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김석기(金石基)중앙종금대표 등 5명은 수사 의뢰하고 혐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약한 최문철(崔文哲)전씨티아이반도체대표 등 9명은 검찰에 통보했다.
▽신기술 개발은 ‘작전 호재’〓주방용가구 생산업체인 ㈜에넥스는 작년 7월 벤처기업 ㈜FH를 통해 유해가스 저감장치 연구를 추진하면서 이를 활용해 주식시세차익을 올렸다. 박회장은 계약 전 4개월간 차명계좌를 통해 자사 주식 약 3만주를 사놓고 있다가 5000∼6000원대에서 맴돌던 주가가 10월 이후 2만8300원까지 오르자 팔아치워 2억1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97년초부터 올 2월까지 3억여원의 차익을 거뒀다.
사채업자 출신인 최병호(崔秉浩)서원캐피탈 오너와 이기호(李基浩)삼육의명대교수 등은 증권사 직원과 결탁, 에넥스 주가를 조작하다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이상태(李相泰)KBS제작본부차장은 친인척 및 직장동료들의 돈을 끌어모아 에넥스의 시세조종에 나선 혐의. 이들은 시세보다 높은 값에 ‘사자’ 주문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환사채(CB)장난〓㈜신동방 신대표이사는 작년 9월 당시 한누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있던 김석기씨와 짜고 전환사채 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겉으로는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공모(公募)방식을 취했지만 모두 한누리투자증권 및 신대표이사와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서울창업투자가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신대표이사는 김씨에게 85억원 상당의 법인자금과 주식을 지원했으며 김씨는 이 CB를 올 초 주식으로 전환, 총 40억9000만원의 이익을 냈다.
신대표이사는 CB의 주식전환이 임박하자 자산재평가 공시, 무세제 세탁기개발 재공시 등으로 작년 12월말 1만3000원이던 ㈜신동방의 주가를 올 1월12일 1만8000원까지 끌어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유가증권 사기(詐欺)〓갈륨비소반도체를 만드는 코스닥등록업체 씨티아이반도체는 국내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까지 저질렀다.
98년8월 자금난으로 청주지방법원에 화의를 신청한 이 회사는 홍콩의 유령회사 UAV(대표 최영도·崔永道)와 짜고 허위로 1200만달러 규모의 해외전환사채 인수계약을 했다. 그 뒤 두 회사는 이모씨 등 국내 투자자 6명에게 이 전환사채를 팔겠다고 속여 계약금조로 49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대주주 차명계좌 성행〓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회장은 대한생명 비서실 직원 및 이들의 친인척 이름을 빌려 만든 20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한일약품의 주식을 위장분산한 사실이 적발됐다.
카오디오용 튜너 제조업체인 티비케이전자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 김내순(金乃淳)씨도 자신과 남의 이름으로 계좌 12개를 만들어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시세조종을 통해 자기회사 주식값을 4160원에서 최고 1만2000원까지 끌어올렸다.
삼익주택 대주주인 이종록(李鍾祿)씨는 11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다 작년 9월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