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멋진 연기를 펼쳐도, 무용수가 화려한 춤을 춰도 조명이 비춰지지 않으면 막을 내리고 공연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대를 밝혀주는 조명.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켜주는 조명. 밝게 빛나는 조명 뒤에 숨은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 얼마나 밝나? ▼
동숭동 문예회관의 경우 조명 ‘총출력’은 300㎾정도. 국립극장 등 규모가 더 큰 극장은 500㎾안팎이다. 60W짜리 가정용 전구 5000개 이상을 켜놓는 셈.
▼ 연극과 무용조명은 다른가? ▼
연극에서는 대사로 줄거리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조명은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무용에서는 조명도 줄거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참여한다. 붉은색 녹색 조명은 연극에서는 ‘금기’지만 무용에서는 피 숲 등을 상징하기 위해 즐겨 사용한다.
▼ 조명의 종류 ▼
크게 인물조명과 배경조명으로 나눈다. 흔히 ‘인물조명’하면 둥글고 환하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연상하지만 무용공연에서나 제한적으로 쓰여질 뿐, 연극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배경조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뒤쪽에 드리워진 배경막에 빛을 비추는 일. 관객은 흔히 이 막을 하늘로 인식한다. 한낮 장면일 때는 환하고 푸른빛을, 밤 장면일 때는 약하게 푸르스름한 빛을 비춘다. 연무기를 뿜어 안개 효과를 내는 일도 조명담당자의 몫.
▼ 컴퓨터를 쓴다는데… ▼
88올림픽 이후 주요 공연장들에 컴퓨터 장비가 도입됐다. 공연 전체의 조명계획을 입력해서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각 장면의 조명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그러나 결점도 있다. 사전에 완벽한 준비가 이뤄지면 컴퓨터 조명이 좋은 효과를 낳지만, 연기나 무대세트 등 사전준비가 미흡한 경우 기존의 수작업식 조명이 현장의 ‘돌발상황’에 대처하기에 더 유리하다.
▼ 언제 시작됐나? ▼
16세기 유럽에서 처음 촛불을 사용한 조명이 생겼다. 그때까지 공연은 ‘한낮의 문화’였다. 19세기말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다양한 조명기법이 생겼다.
▼ 전문화 ▼
외국의 경우 조명디자이너와 운영요원 작업요원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혼자 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1회공연당 200∼300만원을 받는 1급 조명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움말〓정진덕·예당기획 조명총감독)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