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주요 오페라극장들이 가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스탐파는 최근 이대로 가다가는 엔리코 카루소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테너의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오페라극장인 밀라노의 라 스칼라는 최근 테너 10명을 뽑으려다 3명밖에 뽑지 못했다. 60명이 몰렸으나 극장이 요구하는 기준에 든 사람이 3명뿐이었기 때문. 피렌체 오페라극장은 오디션에 참가한 테너들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아르헨티나까지 원정을 가 가수를 구했다. 라 스탐파는 뛰어난 남자 성악가 찾기가 어려워진 이유를 여러가지로 분석했다. 재능있는 어린이를 찾아내 성악가로 키우는 역할을 해온 교회 소년합창단이 옛날처럼 활발하지 않고 한국 및 일본 유학생에게 밀려 명문음악학교에 입학하는 이탈리아 학생이 크게 줄어든 것 등이 이유라는 것. 역사학자 로돌포 셀레티는 “옛날에는 농촌청년들이 틈틈이 들판에서 노래를 불렀으나 오늘날에는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느라 재능을 계발할 기회가 없다”고 색다른 이유를 내세우기도 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