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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閔씨 억류대책 부심…「햇볕 일조량」사안별 조절

입력 | 1999-06-23 19:45:00


정부가 북한 당국의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를 억류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는 모습이다. 민씨 억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북한과의 정상적 관계를 전제로 추진했거나 추진할 계획이었던 대북사업들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대북 포용정책의 골간을 유지하되 돌발적인 사태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분리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듯하다. 가능한 한 다른 사안들과 연계시키지 않고 발생현안의 테두리 내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민씨가 석방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을 전면 중단토록 한 것도 이같은 내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민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등 민씨 억류가 장기화될 경우 계속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정부는 북한과 진행 중인 각종 사업들에 대해 단계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매달 2500만 달러씩 북측에 제공하는 금강산 사업의 전면 중단조치가 선행될 가능성이 크다.또현대가추진중인서해안공단개발사업 등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북관계가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정경분리원칙을 파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즉 현대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각 기업체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북 경수로사업에 대한 지원 중단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 정부는 94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설립하면서 경수로 공사비 총 46억달러 중 35억달러를 2003년까지 분할해 북측에 제공키로 합의했다.그러나 대북 경수로사업 지원중단은 94년 북―미간에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서의 파기를 뜻하고 한반도에 핵위기를 다시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경우다.

포용정책 추진과 북한의 도발 억지를 병행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