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2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직장 상사나 동료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에도 지나치게 남의 기분이나 눈치를 살피는 버릇이 있습니다. 주변에 누구라도 화난 사람이 있으면 저 때문이 아닌데도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해 합니다. 점점 그런 자신이 싫을 때가 많습니다.
(서울 논현동에서 한 여성)
◆답◆
자기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 주위 환경 탓 등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도 모두 다 자기 탓인 양 생각해 전전긍긍하고 살아갑니다.
가장 큰 원인은 마음속에 병적으로 자리잡은 죄책감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지나치게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부모 탓에 항상 자기는 뭔가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자란 사람중에 이런 유형이 많습니다.
따라서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무섭게만 여겨지는 것입니다. 지나치면 자녀까지도 비위를 맞추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자신을 돌아보면 자기의 기분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변덕스러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구나 이유도 알 수 없는 상대방의 기분에 자기를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한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기분이 언짢은 것이 내 탓인지, 그 사람 탓인지, 내 문제와 남의 문제를 분명히 경계지어 아는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내가 다 기쁘고 편안하게 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꿈꾸는 자체가 또 죄책감을 유발해 다시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입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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