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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북정책 제대로 추슬러라

입력 | 1999-06-24 18:33:00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 부재인데다 남북관계는 계속 혼란과 위기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정부는 일관된 햇볕정책 아래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고 금강산관광 사업을 통해 막대한 달러를 벌게 해주었다. 베이징(北京)남북차관급 회담도 비료 10만t을 보내준 대가로 마주앉게 됐지만 이산가족 찾기가 의제로 올라 많은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21일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부터 일방적으로 북측의 전화 통보만 기다렸다. 22일 1차회의를 한 뒤에도 아무런 예정 없이 호텔방에서 북측의 하회만 학수고대했다. 23일 열린 미국과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매우 성실한 자세였다고 한다. 북한은 미국과 고위회담을 진행시키면서 남북차관급 회담은 교착상태로 두었다.

우리 대표단이 주말까지 기다리다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북측은 26일 2차회의를 갖자고 24일 연락해 왔다. 2차회의가 열려 보았자 북측은 또 서해 교전에 대한 사과부터 요구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기대는 한낱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서해에서의 교전사태로 남북관계가 위기상황인데도 금강산 관광을 계속 허용했다. 우려했던 대로 관광객이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측은 우리 관광객에게 먼저 말을 걸어 대꾸하도록 유도하고 그 답변내용이 이른바 ‘귀순공작’이라며 자인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남북 긴장관계 속에서도 관광선을 계속 출항시킨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는 국회 여야 의원들에게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은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뜻인지 분명치 않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관광객 억류사고가 생겼는데도 현대측과 정부가 26시간 이상이나 쉬쉬하며 숨긴 일이다.

억류사고 직후에도 현대측은 관광선을 출항시켰다. 그 경위를 따지자 정부는 현대측이 지시를 잘 안 따른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국민을 ‘위험지역’에 보내는 사업임에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면 과연 그 정부는 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는가. 금강산관광 사업은 현대가 북한당국을 상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남북관계의 중요한 정책의 시행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흐트러진 모양으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일련의 대북정책과 전략을 제대로 추슬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