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전쟁」 토머스 박 클레멘트지음 현준만옮김 디자인하우스 275쪽 7000원▼
전쟁의 상흔이 채 사라지지 않은 50년대 중반, 땟국이 줄줄 흐르는 넝마 차림으로 음식 부스러기를 찾아다니던 거지아이. 그는 세상의 경멸을 뒤집어쓴 채 앵벌이들 사이에서까지 따돌림을 당하던 혼혈아. 그러나 운명의 뜻일까, 선교사의 눈에 띄어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입양길을 떠나게 되는데….
이제 쉰에 가까운 그는 미국 사회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발명가 겸 기업체 사장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가 험한 어린날의 기억에서부터 새로운 가정에의 적응과정, 40여년만에 다시 조국을 찾기까지를 담담한 필체로 풀어놓았다. 지난해 한국정부 초청으로 서울을 찾은 데다 올해는 의료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
저능아 취급을 받던 소년기, 유달리 모험을 좋아해 좌충우돌하던 청년기의 얘기들을 꾸밈없이 털어놓는다.그러면서 현대사가 자기에게 새긴 아픔도 고백한다.
“사랑하는 아들의 안전을 염려한듯 어머니(생모)는 외투의 단추를 채워 주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는 나 혼자 뿐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를 길에 버리신 게 아니라 더 넓고 아름다운 세계를 향해 나가는 길로 보내 주신 것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