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게임은 전자오락실에서 하는 것이었다.‘인베이더’ ‘벽돌깨기’ ‘갤러그’ ‘테트리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은 전자오락실이 멀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미 게임은 집이나 게임방에서 PC로 즐기는 것이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다. 게임이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에 선뜻 발길이 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왼쪽의 손잡이를 따로 잡고 순식간에 오른쪽 버튼들중 서 너 개를 차례대로 누를 수 있어야 격투게임을 즐길 수 있다. 화면 가득히 쏟아져 나오는 적군의 총알을 피할 수 있는 신기(神技)를 발휘하는 사람만 슈팅게임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성공한 게임 내용을 보다 어렵게 만든 안이한 발상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전자오락실에는 마니아만 남고 일반 사람들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전자오락실이 바뀌고 있다. ‘비트 스테이지(Beat Stage)’와 ‘기타 프리크(Guitar Freak)’란 게임이 전자오락실을 예전의 본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게임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게임으로 음악을 즐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누구나 ‘비트 스테이지’를 통해 테크노 음악의 DJ가 될 수 있고, ‘기타 프리크’를 통해 일류 기타리스트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현실세계라면 몇 년간 연습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게임세계에서는 1분도 안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더욱 중요한 공통점은 무척 간단하다는 점이다. 복잡한 버튼 조작을 외우고 뛰어난 순발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아주 간단한 조작으로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은 어려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자신의 프로그램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게임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대성공을 거둔 게임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게임이다. 그리고 술 취한 사람도 아무 생각없이 동전을 넣을 수 있도록 단순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김지룡〈신세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