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역 주막촌」과 「성남 갈매기마을」.
80년대 서울 북쪽과 남쪽에서 각각 낭만과 독특한 맛으로 사랑받았던 명소들이다. 그러나 90년대초 일산신도시(경기 고양시)와 분당신도시(성남시) 개발에 밀려 사라져 많은 사람들을 아쉽게 했던 곳. 이 두 곳이 최근 다시 생겨나 신도시 주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백마역 주막촌〓대학 과커플인 유영욱(34·SK그룹과장) 이은주씨(34)부부. 화정 미니신도시(경기 고양시)에 살고 있는 유씨 부부는 요즘 주말마다 대학시절의 추억속으로 돌아간다. 학창시절 열차에 몸을 싣고 찾아갔던 백마역 주막촌을 이제는 열차 대신 자가용을 몰고, 또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가는 것.
24일 오후 9시경 주막촌 내의 한 카페. 촛불이 켜진 통나무 테이블, 출렁이는 동동주, 두부김치…. 옛백마 주막촌의 분위기 그대로다. 유씨 부부 외에도 가족단위로 온 30대 연령층의 손님이곳곳에서 눈에띈다.
이 주막촌은 91년 신도시 개발로 철거된 옛 주막촌과는 위치가 조금 다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고양시 풍동. 경의선 백마역과 일산역 중간의 철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옛 주막촌에서 1㎞ 가량 떨어진 이 곳에 90년대 중반부터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50여곳이 성업중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백마’란 이름 대신 이 동네의 옛 지명인 ‘애현리’에서 비롯된 ‘애니골’이란 이름으로 주로 불린다.
▽갈매기 마을〓분당신도시 중탑동과 길 하나 사이에 위치한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이곳이 바로 70,80년대에 30여곳의 갈매기살(돼지 횡격막)구이집이 모여 먹을거리촌으로 명성을 떨쳤던 갈매기 마을이다.
91년 신도시 개발로 대부분의 식당이 헐려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이 마을에 요즘 갈매기살 식당이 하나둘 다시 생겨나 현재 10여곳(4곳은 예전부터 장사를 해온 ‘원조’들)이 성업중이다.주말이면 신도시 주민들과 옛 맛을 잊지 못한 미식가들로 붐빈다.
한 식당 주인 김해종씨는 “옛날의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성남〓이기홍·이명건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