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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캠페인/차선을 지키자]스웨덴의 교통안전정책

입력 | 1999-06-27 20:43:00


지난달 28일 오전 9시반경.

출근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왕복 6차로 도시고속화도로에는 여전히 많은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와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차량들의 차로 이용방법에 큰 차이가 있었다.

도로에 차량이 많은 데도 추월차로인 1차로는 텅비어 있다시피 했다. 모든 차량은 2차로와 3차로로만 운행했고 간혹 한두차량만이 추월을 위해 1차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교포 정정덕씨(68)는 “1차로를 저속으로 주행하다가는 600크로나(8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한다”고 귀뜸했다. 그는 “스웨덴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운전을 해왔지만 운전자나 보행자들이 교통법규를 어기는 걸 몇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도로교통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97년 교통선진국들의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보면 스웨덴이 가장 적은 6.1명이었고 영국 6.3명, 노르웨이 6.9명 등이었다.

일본 스위스 등 다른 교통선진국들은 대부분 8∼11명대로 스웨덴보다 많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20명 밑으로 떨어져 19명을 기록했다.

자동차 보유율과 교통사고 사망률을 연관시켜 각 나라의 교통사고 위험도를 측정하는 스미드공식에 따르더라도 90년대 우리의 교통사고 위험도는 스웨덴의 50년대 수준보다도 높은 정도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공학박사)연구위원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부의 수준높은 교통정책이 어우러져 이같이 안전한 교통환경을 이뤄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정부는 97년 ‘도로교통법을 지킨다면 당신은 결코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중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고 국민에게 약속했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젼 제로’라는 획기적인 교통안전정책을 마련했다.

이 정책의 목표는 200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현재(540여명)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이 손을 잡고 도로와 자동차의 안전도를 강화하는 한편 운전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승인한 운전면허로 정부가 허가한 자동차회사의 제품을 몰고 정부가 세금을 걷어 만든 도로를 정부가 정한 법규대로 운전하는 국민이 사고로 죽는다면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에게 있습니다.”

스웨덴 교통안전협회 이사인 마그너스 몰은 “국민은 도로 위에서 ‘죽거나 중상을 입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톡홀름〓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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