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현대사를 읽기는 쉽지 않다. 현재와 가까울수록 사건에 대한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엇갈린다. 상징과 과장이라는 드라마의 효과적 수단은 때로는 사실과 다르다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25일 방영된 MBC의 6·25특집극 ‘오른손과 왼손’(극본 이광재, 연출 한희). 이 드라마는 두호(최재성 분)와 재수(장동직), 두 주인공의 끈질긴 연(緣)과 치열한 삶을 통해 6·25와 10·26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상처’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오른손과…’는 명망가 위주의 기존 정치드라마와 달리 두 주인공을 당시 중앙정보부 직원(두호)과 경호실 직원(재수)으로 설정했다. 역사의 현장에 등장했지만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이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에 의해 운명이 뒤바뀌고 존엄성마저 흔들리는 평범한 이들을 드라마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 현대사와 두 인물은 제대로 된 만남을 갖지 못한다. 사건은 사건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헛바퀴만 돌 뿐이다.
드라마의 시점은 주인공들의 성장기와 10·26 궁정동 만찬 전후의 장면들이 주로 교차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드라마는 두사람에 얽힌 과거사를 보여주는 데 지나치게 많은 힘을 써버렸다. 두사람의 인생과 시대가 집약적으로 만나는 운명의 현장인 궁정동 장면은 상황을 재연하는 수준으로 처리됐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맞선 두호와 재수의 갈등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빠진 것이다. 때문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죽는 상황에서도 두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재수에게 “같이 살자”며 친구를 살리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
그래서일까. 두호가 80년5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이 방영된 뒤에도 의문이 꼬리를 문다. 박정희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두호는 왜 10·26에 가담했을까. 생사의 기로에 선 재수는 명분보다 삶을 선택하고 싶은 갈등은 없었을까. 제작진이 선택한 상징적인 갈등구조는 두 인물과 시대의 불충분한 만남으로 인해 부담스럽고 인위적인 과장이 됐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