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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뒷얘기]日帝, 건물-탑등 통째로 뜯어 약탈

입력 | 1999-06-28 19:34:00


서책이나 그림 도자기는 물론이고 비석 탑 건물도 마다않고 우리 문화재를 마구 파괴하고 약탈해갔던 일제. 빼앗긴 문화재중 하나인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가 다음달 20일 94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본보 28일자 보도).

일본 뿐만 아니다. 구한말 서구 열강들은 앞다투어 우리 문화재를 훼손, 약탈했다. 프랑스정부와 반환 협상중인 외규장각 고문서도 대표적인 약탈 문화재. 지난해말 자료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모두 6만8000여점. 일본에만 3만1000여점이 있다. 이중 구입품도 상당수지만 대부분은 약탈품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러나 반환은 5%에도 미치지 않는다.지금까지 국내에 돌아온 것은 일본 소장품 3천여점을 포함해 모두 3천5백여점. 그러나 우리가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재일동포 수집가의 기증이 대부분이어서 순수 ‘반환’은 미미한 편.

일제의 문화재 약탈은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1907년엔 경천사 10층석탑을, 1915년엔 경복궁 자선당(資善堂) 건물을 통째로 뜯어 일본으로 날랐다. 당시 일제가 내세운 명분은 경복궁 영구보존이었다.

1906∼10년경에는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던 평양시 대동구역 소재의 조선시대 누정(樓亭) 애련당(愛蓮堂)을 뜯어갔다. 비슷한 시기 일제의 한 고관은 석굴암 내부의 소형 5층석탑을, 일본인 일당은 불국사 다보탑 기단부의 네 귀퉁이에 있던 4개의 돌사자중 3개를 훔쳐 달아났다.

일제는 조직적으로 우리 문화재를 파괴하기도 했다. 1943년 ‘유림의 숙정 및 반(反)시국적 고적의 철거’란 비밀 명령을 통해 민족의식이 담긴 비석들을 모조리 파괴하거나 매장해버렸다. 전남 해남의 이순신 명량대첩비, 충남 아산의 이순신신도비(神道碑) 등 20여점의 비석이 그렇게 이 땅에서 사라져갔다.그래서 북관대첩비의 이번 반환은 더욱 각별한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