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바이어의 신용을 대신 조사해 드립니다』
갖은 공을 들여 100만달러 어치 섬유제품을 수출하는데 성공한 K사는 최근 물건을 보낸지 한달, 두달이 지나도 바이어가 대금을 주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자꾸 독촉하면 어렵사리 뚫은 판로를 놓칠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진퇴양난이다.
K사처럼 외국 바이어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떼인 국내업체들을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초보 수출’ 기업이나 외국 투자자와의 거래에 서투른 업체들이 겪는 ‘사고’들이다.
이런 업체들을 겨냥한 ‘외국 바이어 신용조사업체’가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의 신용상태를 파악해 주거나 수출 미수금을 받아내 주는 일종의 ‘흥신소’ 역할을 하는 업체들이다.
이달 중순 한국 지사를 개설한 SPS사는 미국의 채권 추심 전문업체. 북미지역에 수출하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북미는 국내 수출업체들에게 부실 채권이 많은 것으로 악명 높은 지역.
SPS사는 “미수금을 받아낼 때에 한해 수수료를 받는다”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P&L코리아는 거래하는 외국기업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재무제표부터 세금납부 실적, 경영진의 학력과 범죄기록에 이르기 까지 세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
이들 업체들은 “국내 기업들은 외국 기업이라면 일단 믿고 보는 경향이 있어 사기피해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기성(南基成) SPS지사장은 “국내 기업들은 실적 위주의 수출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미수 채권이 특히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지사장이 사기피해를 당한 업체들에 주는 충고.
△무작정 기다리며 시간을 끄는 동안 수금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모든 거래내용과 수금 시도 과정을 최대한 서류화하라 △채무자에게 매달리는 태도를 보이지 말고 당당하게 자주 연락하라 △좋은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수금은 별개다 △무모한 소송을 하기 보다는 최대의 금액을 받아내라.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