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반의 조사 결과 민영미(閔泳美)씨가 북한 환경감시원에게 ‘귀순공작’을 벌이려 했다는 북한측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합동조사반은 민씨가 북한측이 꼬투리를 잡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민씨는 20일 구룡폭포의 환경감시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빨리 통일이 돼서 우리가 금강산에 오듯이 선생님도 남한에 와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남한으로 귀순한 전철우와 김용이 잘 지낸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북한은 즉각 민씨를 억류한 뒤 “민씨가 환경감시원에게 북에서 월남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은근히 월남할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민씨 발언 중 ‘통일이 되면’이라는 중요한 전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주장이다.
아무튼 민씨가 무심결에 북한측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했고 북한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귀순공작’이라고 트집을 잡았다는 것이 합동조사반의 견해다.
합동조사반의 한 관계자는 “북한 감시원이 의도적으로 민씨에게 그같은 발언을 하도록 유도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씨가 감시원에게 먼저 접근해 귀순자 얘기 등을 꺼냈기 때문에 북한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민씨의 입장은 “마음이 들떠 있었던 데다 처음 접하는 북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말을 건네게 됐다”는 것.
결국 민씨는 북한 감시원 등과 대화를 나누면 안된다는 교육을 사전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한 행동을 하다 화(禍)를 당한 셈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을 민씨 개인의 잘못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의도성이 없는 부주의’가 남북간에 첨예한 쟁점으로 비화된 것은 기본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의 불안정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민씨 억류는 이유야 어떻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