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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희경/문화부의 애매모호

입력 | 1999-06-29 19:30:00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제)축소에 반발하는 영화인들의 항의가 거센데도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17명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해 삭발했고 서울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배우 명계남씨 등 2명은 단식 6일째인 29일 병원으로 실려갔다.

영화인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것.

지난해말 신낙균(申樂均)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며 2002년까지는 재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이달초 외교통상부쪽에서 ‘2002년이후 축소’설이 흘러나오게 된 이유를 해명하고 명확한 정부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여전히 입장 표명을 회피하고 있다.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은 21일 “신축성이 필요하다”고 말해 스크린쿼터가 축소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23일에는 “영화계가 대안을 제시하면 이를 외교통상부에 전달해 한미간 협상에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순규(金順珪)차관도 28일 “협상중이므로 뭐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기정사실화했다’는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장관은 스크린쿼터 보도와 관련해 MBC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섰으면 국민과 영화인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숨길 일이 아니다.

김희경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