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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잘란 사형선고 유럽 각국 항의시위

입력 | 1999-06-29 23:51:00


쿠르드 반군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0)에게 터키 1심 법원이 29일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에 사는 쿠르드인 수천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유럽 각국 정부는 사형선고를 비난하며 오잘란의 감형을 터키에 촉구했다.

◆사형선고

29일 터키 국가보안법원은 오잘란이 15년 동안 쿠르드반군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지도자로서 터키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여 3만7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혐의를 인정, 반역 살인 분리주의 등 3가지 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반역죄 살인죄 이외에 분리주의 죄목까지 적용된 데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운동에 쐐기를 박겠다는 터키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들은 터키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는 2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상급법원이 사형을 확정하더라도 의회와 대통령이 승인해야 사형판결의 효력이 발생한다. 상급법원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기 위해서는 몇달이 걸린다.

사형선고 후 슐레이만 데미렐 터키 대통령은 “법원은 그 의무를 다했다”고 말했다.

◆항의시위

러시아 모스크바의 칼루즈광장에서는 모스크바 탐보프 사라토프 등지의 쿠르드족 단체 대표 15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오잘란 사형선고에 항의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400여명의 쿠르드인이 도심에서 터키 대사관까지 항의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경비강화

쿠르드인들의 시위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유럽 각국 경찰은 공항과 대사관, 터키주민 거주지역 부근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터키경찰은 각국 공관과 공항 및 관광지의 경계를 삼엄하게 하는 한편 수감돼 있는 PKK 소속원들의 폭동에 대비해 전국 교도소 경비도 강화했다.

◆각국 성명

영국 총리실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오잘란에 대한 판결을 포함한 터키의 모든 사형선고를 종신형으로 감형하라고 계속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와 야당은 오잘란에게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고 터키에 촉구했다. 오토 실리 독일 내무장관은 “모든 쿠르드인은 진정하고 성급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EU 준회원 국가인 터키에서 고귀한 인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앙카라·런던·모스크바·아테네·본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