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속개되는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을 앞두고 정부의 자세가 단호하다. 북한측이 남북이 사전합의한 의제인 이산가족문제 논의에 대해 계속 불성실한 태도를 보일 경우 회담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 “한두 번 만나본 뒤 북한측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회담을 일찍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비료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천명한 상태다.
정부는 내심 북한측이 이번에는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에 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북송을 보류하고 있는 비료 10만t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보따리’를 풀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비료 10만t을 북한에 수송하는데는 최소한 보름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북한측이 당초 예정대로 이달말까지 비료를 지원받으려면 이달 중순 이전에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뭔가 합의를 해야만 한다. 김일성(金日成) 사망 5주년이 8일이기 때문에 북한측 대표단도 그전에 어떻게든 회담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북한측이 서해교전사태를 계속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또 우리측이 상호주의를 고수하기로 한데 대해 반발할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베이징 비료회담 때도 북한측은 “상호주의는 장사꾼의 논리”라며 회담을 결렬시킨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깨질 경우 당분간 남북관계는 냉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측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협상에 임할 것으로 정부측은 기대한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